성장과 승진: 회사가 말하는 ‘성장’의 달콤한 함정과 나의 선택

얼마 전 회사에서 성장(Grow), 그리고 성장과 승진의 연관 관계에 대한 HR 트레이닝 세션이 있었습니다. 최근 사내 설문조사에서 성장 기회 점수가 유독 낮게 나오자, 본사에서 직접 팀을 꾸려 우리 지역 오피스까지 찾아온 것이죠. “Good job! 문제 해결하려는 노력이 보이는군요. 만족!”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트레이닝에 참석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션 자체는 정말 좋았어요. 시야가 넓어지는 기분도 들었고, 커리어 성장 전략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새롭게 배울 점도 참 많았거든요. 하지만 유익한 강의가 이어질수록 제 마음 한구석에는 해소되지 않는 묘한 의구심이 피어올랐습니다. ‘정말 이 세션이 모든 것을 제대로 심도 있게 보여주며 도움을 주는 걸까? 아니면 회사 입장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우리를 아바타처럼 세뇌하는 것인가?’라는 아주 삐뚤어진 생각 말이죠!
성장은 프로모션이 아니다, 라는 그들의 우아한 정의

이번 인사팀 트레이닝 인사이트의 핵심 메시지는 간결했습니다. “성장은 새로운 경험과 배움의 과정이지, 결코 성장과 승진은 동일어가 아니다.” 사내 설문 결과 ‘성장’ 항목이 최저점을 기록하자 회사에서 HR에게 미션을 던진 것이었고, HR은 인터뷰를 통해 직원들의 불만이 ‘승진 기회 부재’에 쏠려 있다는 공통점을 찾아낸 것이죠. 그들이 내린 결론은, 직원들이 흔히 성장과 승진을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같은 일을 반복하더라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스킬을 연마하고 네트워크를 넓히는 건 분명한 성장이니까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면 매일 설렘과 뿌듯함을 느껴 회사 생활이 즐거워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질문이 하나 생기더군요. 우리가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싶어 하는 그 열망 안에서, ‘사회적 위치의 상승’이라는 보상을 완벽히 발라내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실력은 늘리되 직급은 그대로여도 괜찮다는 그 논리가, 어쩌면 성장의 기쁨을 빌미로 보상에 대한 기대를 잠재우려는 고도의 전략처럼 보였다면 제가 너무 예민한 걸까요?
10년째 같은 롤, 과연 매일이 새로울 수 있을까?
회사는 지금 Regionalization과 AI를 필두로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의 자기계발이 강조되지만, 실제로는 조직이 슬림해지며 내부 발탁보다 외부 경력직 수혈이 우선시되어 기업내 커리어 경로에 한계가 생기는 거에요. 이런 정체된 구조 속에서 “같은 자리에 머물러도 관점만 바꾸면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은 달콤하지만 공허하게 들립니다. 실제로 OECD의 미래 고용 보고서를 보면 AI 시대에 개인의 역량 강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회사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변화와도 맥을 같이 합니다.
5년, 10년 뒤에도 똑같은 책상에서 똑같은 롤을 수행하며 매번 새로운 경험에 노출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어쩌면 이건 현실적인 솔루션이라기보다, 회사가 만들어 놓은 ‘이상적이기만 한’ 대안이며 동시에 우아한 입막음은 아닐까 하는 발칙한 상상이 들었습니다. “이제 성장이 뭔지 알았지? 그러니 앞으로 설문조사에서 점수 짜게 주면 안 돼~”라고 말이죠. 이런 생각이 단전에서 스물스물 올라와 목구멍을 치는데… 나만 삐뚤어졌어? 나만 나빠?
배운 것은 테이크하고, 기회는 내가 개척한다
트레이닝을 마치고 나오며 저는 두 가지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선, 성장이라는 단어를 오직 승진과만 연결 짓던 편협한 시각과는 안녕을 고하기로 했어요. 좀 더 건설적인 기업 내 커리어 경로 설정을 위해, 회사가 성장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파악한 것을 역으로 이용하기로 한 것이죠.
회사가 정의하는 성장이 ‘새로운 경험과 네트워킹’이라면, 역설적으로 이 부분은 제가 회사에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명분이 됩니다. 앞으로 매니저와의 면담(Dialogue)에서 이 포인트를 강력하게 푸시해 새로운 경험을 개척해나갈 생각입니다. 회사가 정해준 ‘성장의 프레임’에 갇혀 고분고분 기회만 기다리지 않기로 했거든요. No No, 난 기다림을 모르는 여자니까!
두 번째 결심은 제 의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저는 단순히 주어진 경험에 만족하며 커리어를 마무리 지을 생각이 없어요. 승진이 성장의 전부는 아니지만, 분명 성장의 중요한 도구이자 보상이라는 점(성장과 승진)을 놓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승진이든 새로운 롤이든, 기회가 보이면 주저 없이 손을 들고 어플라이할 생각입니다. 기회를 찾는 게 뭐 어때서요? 내 기회는 내가 잡는 거죠.
마지막 한 끗: 나만의 커리어 성장 전략 짜기

글을 마무리하며 제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자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팁은 이것입니다. 결국 회사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고 승리하는 법은, 회사의 방침을 무조건 따르거나 반대로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대처하는 힘’**에 있다는 사실이에요.
회사가 현재 무엇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지, 내 매니저가 고과를 매길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기민하게 파악해 보세요. 회사가 ‘새로운 경험’을 강조한다면, 그것을 내 스킬을 업그레이드할 절호의 기회로 삼아 그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내어주면 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본인의 최종 목표(승진이나 이직 등)를 잊지 말고, 회사의 니즈와 나의 욕망이 만나는 지점에서 유연하고 현명하게 커리어 성장 전략을 짜야 합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결국 우리는 회사안에 하나의 구성원이고, 우리가 회사 전체의 기업관이나 철학을 바꿀 순 없으니, 회사의 게임 룰을 이해하되, 그 룰 안에서 나에게 가장 유리한 패를 던지는 것. 이렇게 본인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 내자라는 제가 생각하는 ‘현명한 직장인의 성장’ 혹은 “강력한 커리어 성장 전략” 입니다.
트레이닝은 참 좋았고, 덕분에 저는 더 선명해졌습니다. 회사가 제공하는 성장을 만끽하되, 그 성장의 열매로 어떤 문을 열지는 오직 저의 선택이라는 사실을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회사가 말하는 ‘승진 없는 성장’에 공감이 가시나요? 아니면 저처럼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끼고 계신가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사다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모든 직장인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회사 생활에서 번아웃을 느끼셨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