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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만 내면 승진할 줄 알았다: 외국계 회사 생활 9년의 뼈아픈 착각

외국계 회사 생활 성과주의냐 커뮤니케이션이냐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로 무대를 옮겨 외국계 회사 생활을 한 지 벌써 9년이 되었습니다.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성장하며 여러 나라를 거치는 동안, 각기 다른 문화와 회사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었죠.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저는 늘 자신감과 성과,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에 만족하며 지냈습니다. 맡겨진 일의 결과가 곧 나를 보여주는 거울이라 생각했기에,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성과를 내는 과정 자체가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당시의 저는 늘 ‘결과로 말하는 나’라는 무기가 외국계 회사 생활 어디서든 통하는 비법이라 믿었습니다. 그 자신감으로 외국계 회사로의 이직에 도전했고 한국, 홍콩, 스웨덴을 거쳐 지금의 미국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제 무기는 여전히 잘 작동하는 듯했습니다. 적어도 시니어로 넘어가기 전까지는 말이죠.

최고의 일꾼이 부적격 리더가 된 날

스웨덴에서 처음 매니저로 승진한 뒤 마주한 첫 인사고과는 제 인생에서 가장 당혹스럽고, 다시 떠올리기 싫은 기억입니다. 당시 저는 회사의 중요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객관적인 수치로도 충분한 성과를 입증했다고 자부했습니다. 하지만 매니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일을 성공시켜야 한다면 내가 가장 먼저 믿고 맡길 사람은 너야. 하지만 시니어 리더가 되기에 너는 비즈니스 네트워킹이 너무 부족해. 너 스스로를 광고해야 해(Advertise yourself).”

솔직히 처음엔 “무슨 개소리지? 내가 제대로 들은 건가?” 싶었습니다. 외국계 회사 생활에서는 일만 잘하면 되지 나를 광고하라니요? 결과치가 나를 보여주는 게 아니었나요? 회사 행사에서 맥주 한 잔 들고 이 사람 저 사람 찾아다니면서 마음에도 없는 날씨 얘기를 안 했다는 이유로 시니어 리더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많은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네트워킹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원하는 보상 대신 직급이 강등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유럽과 미국, 그리고 아시아: 성공을 위한 리더십의 함수

비즈니스 네트워킹

여러 국가의 외국계 회사 생활을 거치며 제가 피부로 느낀 국가별 리더의 정의와 ‘성공 공식’은 그 결이 크게 달랐습니다.

  • 아시아권 (성과 중심의 리더): 한국이나 홍콩에서는 실력이 없으면 말은 금방 밑천이 드러납니다. 일단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직접 이끌어내는 능력이 전제되어야 그 뒤에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정치가 힘을 얻습니다.
  • 유럽권 (사람을 움직이는 비져너리 리더): 유럽에서 원하는 리더는 단순히 성과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좀 더 비져너리하게 사람들을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실질적인 협업 이전에 미팅에서 자기 생각(Input)을 던지고 조율하며 전체의 방향을 잡는 이들이 리더로 부각됩니다. 그렇기에 성과보다는 본인에 대한 광고, 비즈니스 네트워킹이나 커뮤니케이션이 리더가 되기 위한 우선순위가 됩니다. 이는 곧 성과를 만들 수 있도록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이 그들이 원하는 리더상이기 때문이에요.
  • 미국권 (성과와 영향력의 결합): 미국은 유럽보다 성과를 중시하면서도 동시에 개인의 영향력을 중시합니다. 직접 성과를 내는 실력은 기본이고, 여기에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더해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해야 리더로 인정받습니다. 특히 영어 능력이 곧 ‘지적 능력’과 연결되는 인식이 강해 비네이티브에게는 더 높은 기준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왜 ‘영향력’을 가진 이들이 리더가 되는가

리더의 자리에 가까워질수록 커뮤니케이션 스킬비즈니스 네트워킹의 중요도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리더는 본인이 직접 모든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략을 짜고 팀원들이 그 전략에 모티베이션을 느끼게 하여 ‘사람을 움직여 결과를 내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서구권 리더십에서 ‘말’이란 단순히 소통의 도구를 넘어, 조직 내에서 비전을 공유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지분을 확보하는 강력한 권력입니다. 얼마 전 인적 풀 회의에서 “나는 걔랑 얘기하는 게 너무 즐거워, 소통이 너무 좋지 않아?”라는 한마디에 판세가 기우는 것을 보며 저는 오랜만에 미국에서 또 충격을 받았죠. 엉? 이게 또 얼마 만에 듣는 참신한 개소리지? 대화하는 게 즐거우니… 그 사람이 탑 퍼포머라고???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했습니다. 성과가 중요한 미국에서조차, 누군가에게 대화의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 곧 그 사람의 리더십 잠재력을 증명하는 강력한 척도로 통용된다는 사실!!

비네이티브 리더로 살아남기 위한 작은 노력들

글로벌 리더쉽

동양권 문화에서 자란 제가 갑자기 유럽인이나 미국인이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포기하는 대신 외국계 회사 생활에 최적화된 저만의 ‘커뮤니케이션 근육’을 매일 조금씩 단련하기로 했습니다.

  1. 전략적 비즈니스 네트워킹(스몰톡): 날씨나 일상의 대화는 단순한 수다가 아닙니다. 상대의 경계심을 허물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는 기초 마케팅입니다. “아, 저 사람은 나를 케어하는구나”라는 인식을 주어 피플 매니지먼트 부분에서 점수를 얻는 핵심 툴이 되기도 하죠.
  2. 한 줄 요약의 기술: 복잡한 분석 결과를 명쾌하게 정의하는 연습은 필수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 뭐지?” 같은 질문부터 “이 문제가 끼치는 영향은?” 같은 어려운 질문까지, 영어로 클리어하게 즉각 답할 수 있도록 늘 준비합니다. 외국계 회사 생활을 하며 누군가 질문한다면 어떻게 대답할지 영어로 대비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3. 목소리의 강약 활용: 발표할 때 중요한 키워드에 임팩트를 주어 언어적 한계를 전달의 기술로 보완합니다. 이는 네이티브가 아닌 제가 사람들의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실무 역량을 넘어 리더로서 전략적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방법이 궁금하시다면 [Harvard Business Review: 리더를 위한 네트워킹의 중요성] 아티클을 참고해 보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그들의 리그에서 리더로 우뚝 선다는 것은 매 순간이 도전입니다. 한국에서는 **”북극에서도 비키니를 팔겠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발표에 자신 있었지만, 영어로 그 능력치를 다 발휘하기까지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심지어 성과를 내는 것이 최우선이었던 제가, 당장 해야 할 업무가 쌓인 상황에서 컴퓨터를 끄고 커피 톡을 하러 다니는 시간을 낸다는 것 자체도 커다란 업무 우선순위의 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성과’라는 탄탄한 기초 위에 ‘영향력’이라는 무기를 더해갈 때, 우리는 그들보다 훨씬 더 깊이 있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현재 외국계 회사 생활을 꿈꾸거나 해외 취업 성공 전략을 고민하시는 분들도, 과연 내가 리더로서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문화권은 어디인가를 잘 생각해서 나라를 선택하고 그에 따른 본인만의 소프트 스킬(Soft skill)을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이미 외국계 회사 생활에서 유능함을 입증하느라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모든 분께는 이 글이 작은 위로와 힌트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 모두 오늘 하루도 화이팅 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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